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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 COLUMN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먼저 물어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담당 변호사 장훈
이 글은 매듭지음에 들어온 실제 상담을 바탕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이름·지역·시기·직업·금액 등을 바꿔 다시 쓴 것입니다. 답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과 판례에 따른 일반적인 안내이며, 실제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질문
몇 달 전 협의이혼을 했습니다. 법원에서 이혼 의사를 확인받는 날,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전 남편이 서류 한 장을 내밀며 형식적인 것이니 도장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내용을 읽지 못한 채 찍었습니다.
이혼신고까지 마친 뒤 사본을 받아 보니, 집과 예금을 포함한 재산 전부를 전 남편이 갖는다는 재산분할 합의서였습니다. 이미 이혼이 끝났는데, 이 합의를 없던 일로 하고 재산분할을 다시 청구할 수 있을까요?
답변
대법원은 협의이혼 전에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서면을 썼더라도, 그것이 재산의 내용과 가치, 각자의 기여도, 나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의논한 결과가 아니라면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해야 비로소 생기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재산 목록과 나누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실제로 협의를 거쳤다면, 협의이혼이 이루어진 이상 유효한 재산분할 합의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서류에 무엇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사전에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는지가 첫 번째 쟁점입니다.
합의서가 형식상 갖춰져 있다면, 착오나 사기를 이유로 취소를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9조는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되, 착오에 본인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제110조는 속아서 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게 합니다.
대법원은 다른 서류로 잘못 알고 서명한 경우를 서명 자체에 대한 착오로 보아 착오 취소의 법리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형식적인 서류'라는 말에 속아 전혀 다른 내용의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면 이런 주장이 가능한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도장을 찍은 서류는 내용을 알고 찍은 것으로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읽어 볼 수 없었던 사정, 상대가 내용을 다르게 설명했다는 사정을 본인이 입증해야 하고, 법원이 '읽지 않은 것 자체가 큰 잘못'이라고 보면 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는 자료는 그날 전후로 주고받은 문자와 메신저, 서류에 대해 상대가 한 말을 들은 사람, 합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친 사정 등입니다. 이혼 직후 상대에게 따져 물은 대화가 있다면 꼭 보관하세요.
재산분할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기간은 중간에 멈추거나 늘어나지 않는 기간이므로, 합의의 효력을 다투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실무에서는 합의가 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재산분할 심판을 함께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합니다. 취소의 뜻을 상대에게 내용증명 등으로 분명히 전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재산분할 합의를 다투는 것과 친권자·양육자, 양육비 문제는 따로 움직입니다. 자녀에 관한 사항은 아이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면 이혼 뒤에도 가정법원에 변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 합의서 한 장 때문에 모든 것이 끝났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증거가 흐려지고 2년 기한도 다가오므로, 서류 사본과 당시 대화 기록을 모아 빨리 검토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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