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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와 실무로 짚어 보는 이혼·가사 이야기.
담당 변호사 장훈
부부가 따로 산다고 해서 곧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얼마나 오래 따로 살았는지에 따라 이혼 사유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집을 나간 쪽이 잘못한 사람으로 판단되기도 합니다.
민법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배우자를 버린 경우를 이혼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2호). 대법원은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함께 살고, 서로 돕고, 생활비를 대는 의무를 저버리고 다른 배우자를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봅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예를 들어 아무 설명 없이 집을 나가 연락을 끊고 생활비도 주지 않는 경우, 배우자를 집에서 내쫓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로 사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악의의 유기가 아닙니다. 배우자의 폭력이나 심한 폭언을 피해 집을 나온 경우, 직장이나 아이 교육 때문에 서로 합의하고 떨어져 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집을 나올 때는 왜 나왔는지 보여 줄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고 기록, 진료 기록, 당시 주고받은 문자 같은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별거가 오래 이어지고 서로 다시 합칠 생각이 없다면, 법원은 혼인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깨졌다고 보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몇 년이면 된다는 정해진 기준은 없고, 별거 기간, 그사이 연락과 왕래, 생활비를 보냈는지, 아이 문제 등을 함께 봅니다. 별거 중에도 꾸준히 생활비를 보내고 아이를 만나 왔다면 사정이 달리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을 깨뜨린 책임이 큰 쪽이 별거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면 법원이 쉽게 받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정도로 바로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툴 때마다 며칠씩 연락을 끊고 집을 나가는 일이 되풀이되고, 그 때문에 가족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악의의 유기나 혼인 파탄 사유로 함께 주장될 수 있습니다. 가출 날짜와 기간, 그사이 연락 기록을 정리해 두세요.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왔다면 나온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고, 배우자와 아이에게 연락을 이어가며 생활비나 양육비 분담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는 주장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별거 중 상대가 생활비를 끊었다면 부부 사이의 부양 의무를 근거로 부양료를,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혼소송을 냈다면 사전처분으로 임시 생활비와 양육비를 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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