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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와 실무로 짚어 보는 이혼·가사 이야기.
담당 변호사 장훈
배우자가 도박을 끊겠다는 약속을 몇 번이나 어기고, 어느 날 모르는 빚 독촉장까지 날아왔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궁금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도박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그리고 이혼하면 그 빚을 나도 나눠 져야 하는지입니다.
민법에는 '도박'이라는 이혼 사유가 따로 없습니다. 보통 제840조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한 달에 20일가량 외박하며 도박을 하고, 두 차례 각서를 쓰고도 도박을 계속하며 가정을 돌보지 않은 사안에서 이 사유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므559 판결).
한두 번의 소액 도박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도박이 얼마나 반복되었는지,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어겼는지, 생활비를 주지 않았는지, 가족의 재산을 얼마나 잃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생활비를 끊고 가족을 내버려 두었다면 제2호 '악의의 유기'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누는 절차입니다. 빚도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생긴 것이라면 재산에서 빼고 계산합니다. 대법원은 부부 한쪽이 혼인 중 진 빚은 일상적인 가정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그 사람 개인의 빚이고, 공동재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빚만 함께 정산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도박 빚은 공동생활과 관계가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나눌 대상에서 빠지고, 도박을 한 사람이 혼자 부담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사실은 생활비로 쓴 대출'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출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계좌 내역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써 버린 돈은 원칙적으로 이혼할 때 남아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그대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쪽이 혼자 재산을 크게 줄였다는 사정은 누가 재산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정할 때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별거나 이혼 직전에 큰돈이 빠져나갔다면 법원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설명이 납득되지 않으면 그 돈을 아직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계산하는 경우도 있으니, 출금 내역을 미리 정리해 두세요.
부부는 일상적인 가정생활에 필요한 범위에서 서로를 대리할 수 있고, 그 범위의 빚은 함께 책임집니다(민법 제827조, 제832조). 그러나 도박 자금은 일상적인 가정생활로 보기 어려워 원칙적으로 함께 갚을 책임이 없습니다.
배우자가 몰래 내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만들었다면 바로 금융회사에 명의도용 사실을 알리고 지급 정지를 요청하세요. 서류를 위조했다면 형사 문제도 될 수 있습니다. 공동인증서, 카드, 비밀번호도 즉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도박을 하는 배우자는 남은 재산까지 처분할 위험이 큽니다. 집이나 예금이 상대 명의라면 재산분할을 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가압류·가처분을 서둘러 검토해야 합니다. 생활비가 끊겼다면 이혼소송과 함께 생활비·양육비를 먼저 정해 달라는 사전처분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도박 사이트로 보낸 입금 내역, 계좌이체 기록, 대출 내역,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각서와 대화 기록은 이혼 사유와 재산분할 양쪽에서 쓰이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치료를 권했던 기록도 함께 남겨 두세요.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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