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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와 실무로 짚어 보는 이혼·가사 이야기.
담당 변호사 장훈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시댁과의 다툼, 결혼 뒤에도 끝나지 않는 처가의 간섭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법원에서 이혼이 인정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정될 수 있지만, 단순히 사이가 나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법 제840조는 재판으로 이혼할 수 있는 사유 여섯 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입니다. 시부모가 며느리를, 장인·장모가 사위를 심하게 대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제4호는 반대 방향입니다.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즉 남편이 아내의 부모를, 아내가 남편의 부모를 심하게 대한 경우입니다. 갈등이 어느 쪽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항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심히 부당한 대우'를 혼인관계를 계속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 학대 또는 모욕을 당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므1890 판결). 기준이 꽤 높다는 뜻입니다.
잔소리나 생활 방식의 차이, 명절에 느낀 서운함 정도로는 이 조항에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반복되는 폭언과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 친정 부모 앞에서의 공개적인 모욕, 폭행, 혼수나 집안 문제를 이유로 한 지속적인 구박은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제3호에 이르지 않더라도 갈등이 쌓여 부부 사이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다면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소송에서는 두 사유를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눈여겨보는 것은 시부모나 처가 부모의 행동 자체보다, 그 갈등 속에서 배우자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입니다. 부모 편만 들며 모른 척했는지, 함께 비난했는지, 지나친 간섭을 막으려는 노력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배우자가 중간에서 갈등을 풀려고 꾸준히 노력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혼을 원하는 쪽도 시부모나 처가에 폭언으로 맞대응했다면 책임이 나뉘어 위자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혼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배우자에게 청구합니다. 다만 시부모 등 제3자가 부부 생활에 부당하게 끼어들어 혼인이 깨지는 원인을 만들었다면, 일반적인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가정법원은 2011년, 신혼 초 부부싸움 뒤 며느리를 친정어머니 앞에서 심하게 나무란 시어머니에게 남편과 함께 위자료 일부를 부담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런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 간섭이 혼인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폭언이 담긴 문자·메신저 대화, 내가 대화에 참여한 상태에서 한 녹음, 날짜를 적은 일기나 메모가 기본 자료입니다. 갈등 때문에 받은 상담이나 진료 기록, 상황을 직접 본 사람의 진술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배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메시지와 그에 대한 배우자의 답은 '방관했는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다만 내가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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