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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와 실무로 짚어 보는 이혼·가사 이야기.
담당 변호사 장훈
“바람을 피운 사람이 재산까지 나눠 가져가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말을 상담에서 자주 듣습니다. 마음으로는 충분히 이해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법은 이혼의 책임을 묻는 문제와 재산을 나누는 문제를 따로 봅니다.
재산분할은 결혼 생활 동안 두 사람이 함께 모은 재산을 각자의 몫대로 나누는 절차입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따져 벌을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대법원도 혼인이 깨진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3. 5. 11.자 93스6 결정). 그래서 외도한 배우자도 재산을 모으는 데 보탠 몫이 있다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도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위자료라는 별도의 청구로 다룹니다.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이어서, 재산분할과 따지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한 사건에서 “재산은 상대도 일정 부분 나눠 받고, 위자료는 상대가 나에게 준다”는 결과가 함께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외도 상대방에게도 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외도했다는 사실만으로 분할 비율이 깎이지는 않습니다. 비율은 혼인 기간, 각자의 소득, 집안일과 육아 분담처럼 재산을 모으고 지키는 데 얼마나 보탰는지를 보고 정합니다.
다만 외도 상대에게 생활비를 대거나 선물·여행에 큰돈을 쓰는 등 함께 모은 재산을 줄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지출은 그 사람의 몫을 낮게 보거나 분할 금액을 조정하는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과 계좌 이체 기록을 미리 챙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이 기간은 중간에 멈추거나 늘어나지 않습니다.
급하게 협의이혼부터 하고 재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미뤘다가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혼 서류를 내기 전에 재산 정리 방법부터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외도가 들통난 뒤 “재산은 한 푼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혼 전에 막연하게 재산분할을 포기한다고 쓴 각서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이혼이 이루어져야 생기므로, 그 전에 미리 포기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다만 어떤 재산을 얼마로 보고 어떻게 나눌지까지 구체적으로 정한 합의라면, 포기가 아니라 재산분할 협의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 약속은 협의이혼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고 재판으로 이혼하게 되면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14061 판결). 각서 한 장으로 끝났다고 단정하지 말고 내용을 따져 봐야 합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기준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안내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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